고요한 밤이다
이성이 자아를 잠시 놓아주는 시간.
갬성으로 지난 한달여간의 시간을 정리해봐야겠다.
걱정반 기대반이었던 마음은
코드스쿼드 과정 시작 전날이나
cs-10이라는 5주간의 과정을 마친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나
나름의 느낀점들을 기록해 놓고싶어 주절거림을 시작해본다.
온라인 수업의 매력
1. 계속 늦게까지 코딩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최소 수면시간을 유지한채 나머지 모든 시간을 공부에 몰두할 수 있다. 이동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뭔가 할 수 있고, 그렇게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또 다시 그 작업을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있다면 공간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집에 돌아오는 시간,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할텐데, 그때 치뤄야하는 비용을 save 할 수 있다. 물론 10시 기상은 자제하자.
2. 생각보다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꼭 IT 회사가 아니라더도 많은 회사들이 이미 스뫌~한 방향을 선호하는터라(영리적으로만?..) 공장도 스마트하게, 회의도 스마트하게, 세계 각국에 있는 주재원이나 현장직원들과도 화상의로 회의를 진행하지 않던가. 그런데 정작 나 본인은 내 얼굴을 이렇게 하루종일 카메라에 들이대고 있는 것이 참으로 어색스럽다. 면접때부터 위기였다. 데스크탑으로 캠을 설치해보는건 처음이라 1차 합격 메일을 받은 날부터 면접 환경 세팅에 고심을 했다. 캠으로 쓰려던 고프로는 너무나 화각도 넓고, 생각보다 조작이 자유롭지 않으므로 본래 구매 취지에 맞게 나중에 다이빙 때 쓰기로 하고…(도대체 언제 ㅠㅠ), 그나마 가장 성능이 좋은 마이크가 해드셋 마이크인데 쓰는 순간 현란한 불빛 때문에 프로게이머 혹은 겜돌이처럼 보이기 쉬울 것 같아서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냥 싸서산건데… 새벽이라 그런지 원래가 그런지 자꾸 말이 맥락에서 벗어나지만 뭐 어때 이렇게도 해보려고 그렇게도 애써서 깃헙페이지에 지킬을 연동하고 싶었다. 아무말.
아무튼 결국에 핸드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서 면접을 봤고, 한달내내 하루종~일 핸드폰으로 줌을 연결해서 수업도 듣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이 자체가 너무 어색할 것만 같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매력이 있다. 이런 환경을 경험하기 전의 내 생각은 온라인으로 캠 켜놓으면 이탈자가 생긴다거나 현장감있는 토론같은건 없다거나 모여서 으쌰으쌰하게 되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한 달 동안 사람들과 많이 친해진 느낌이고, 자주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 사람일수록 편안하게 느껴지고, 도움을 주고 받고, 함께 배우고 하다보니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상시 말이 없고, 낯을 가리는 내게는(왜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 난 4명이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오히려 온라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접속 21세기판을 개봉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들가 가까워지는 데에는 꼭 오프라인의 공간이 필요했던게 아니라 같은 목적, 함께 고생,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오프라인 공간이었으면 또 다른 매력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온라인의 매력을 겪었으니 나중에 실제로 만나게 되면 시너지가 상당할거라는 긍정적인 상상을 해본다.
한달여간 거의 매일을 10시간 이상씩 보고있었더니 정이 들었는지 안보이면 걱정도 되고, 밥도 챙기게 되고, 장난하면 웃기기도 하고, 그들의 생각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상당히 든든하다.
아쉬운 점
1. 시간이 부족하다.
온라인의 매력으로 시간을 꼽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부족한 시간이 있다. CS 과정동안 엄청난 학습량 때문에 청하1님과 선미2님이 매일같이 다녀가신다. 시간이 부족한게 당연하지만 이건 오프라인이라도 부족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건 모두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상황에 모두가 바쁘게 시간을 쪼개고 있는걸 알기 때문에 잡담은 되도록 자제하게 됐었고, 그런것과 상관없이 그냥 모두가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해서 학습에 관한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대화가 그것에 대한 질문이거나 단조롭고 짤막한 농담뿐이다.
대학시절부터 ‘사람은 술은 마시면서 배우고, 밥은 먹으면서 친해진다’고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다녔는데,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 전자는 그냥 말을 꺼내기위한 선언부에 지나지 않고, 실제 하고 싶은 말은 ‘밥한번 먹자’였던거다.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도 담배도 안하는 내게는 밥을 먹으러 가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동안 사람들과 그나마 업무 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때로는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도 하곤했는데, 온라인 환경에 있다보니 그런 자투리 시간이 없어서 그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honux
가 ‘잡담이 경쟁력’이라는 말을 해주는데, 그 말만으로 뭔가 위로가 됐다. 사실 이 집단은 정말 뭔가 스쿼드를 뽑아온 것 같다. 모두가 열정적이고, 긍정적인데다가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 경험하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마스터들의 교육철학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 같다. 물론 그 가운데 내가 있다. 일단 나부터 잘하면 되긴해
2. 마스터들을 못만난다.
만날 수 없잖아~ 느낌이 중요해 ~ 만날수가 없다 그냥… 아직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들 같다. 5주 동안 오프 공간을 사용했더라면 분명 오며가며 이야기도 나누고, 얼굴도 뵙고 했을텐데 지금 환경은 그럴수가 없다. 물론 소통의 경로는 활짝 열려있지만 의도치 않은 자연스러운 만남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마스터들이 코드스쿼드에 외에도 많이 바쁜 분들이라는걸 알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는건 분명히 알겠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주는 한계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이제 CS과정을 마쳤고, 앞으로 마스터와 클래스를 계속 진행할테니 이런 아쉬움은 사라질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들
몇 가지 각오가 있었다.
1. 어떤 이유로도 지각하지 말 것.
워낙 힘든 과정이라고 했기에 신청단계에서부터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이미 몇개월째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엄살을 부리기에는 간절하다고 말하기에 너무 얄팍한 마음 아닌가 싶었기에 끝까지 완주하는데에는 문제 없을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떠나서 절대 주어진 시각에 지각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어렸을 때 오래달리는걸 생각보다 잘했다. 본인한테는 오래달리기가 아니라 오기로 달리기 같은거였는데, 전속력으로 뛰다가 힘들어서 속도가 줄어들면 뭐 그런대로 또 끝까지 전속력으로 계속 뛰어가는게 전략이었다. 뭐 아직까지 크게 지각한 적은 없지만 한달을 내달리고나니 CS 마지막에는 미션을 완료하지 못하기 시작하자 멘탈과 함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션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 잠을 더 못자게 만들었고, 잠을 못자니 몸이 더욱 지쳐갔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건강상에 문제가 없어보이고, 시간을 쪼개서 조금이나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집중해서 앉아있으려고 노력했고, 그러자 운동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몸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이제 최소 5개월,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는데 체력과 시간이 적절히 안배가 돼야할 것 같다. 지금 정도면 수면시간이나 생활패턴은 해볼만 한 것 같고, 당장 내일부터 또 달려야겠다. 혼자가 아니야!
2. 그렇게도 원했던 동료들의 코드를 꼭 다 볼 것.
이건 정말 기회가 있다면 꼭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다. 이 작업은 사실 아직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재미가 있다. 코드를 보며 재미있는 것들 중 몇가지 꼽아보자면 먼저 코드에서 그 사람의 생각이 보인다. 이렇게 하려고 이렇게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생각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게 되고, 좋았던 점은 다음번 코드를 짤 때, 부족하지만 한 번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물론 수준의 차이가 있어서 이해하기도 힘든 코드도 있고, 이해했다하더라도 도저히 나에게 적용은 못하겠는 코드도 있다. 그럴 땐 자극이 된다. 또 코드에서 그 사람도 보인다. 한정된 그룹안의 여러 사람의 코드를 계속해서 읽어내려가니 변수명, 코드의 구조, 심지어 주석 같은 부분에서 이 사람의 고민과 성격 같은걸 조금 보게 되는 것 같다. 이제 겨우 한 달 동안의 느낌이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3. 타인과 비교하지 말 것.
이건 정말 각오하고 있었지만 점점 힘든 부분이다. 당장에 2번을 실천하면서 비교하지 않는다는게 정말 힘든 일 같다. 그래서 좋은 점을 배우고, 저 사람이 저런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 동안 했을 노력을 ‘부럽다’는 한 마디로 덮어버리지 말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서로가 경쟁하지 않고 있으며, 아무도 그 동안 내가 겪었던 잣대로 나를 평가하지 않으니 나는 그들의 가장 좋은 점을 겸손히 본받고, 나도 그만큼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적어도 코드스쿼드 안에서 그래야 할 것 같고, 앞으로 배움의 길에 서 있을 때 가져야 할 가장 큰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보면서 위축될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의 생각이 그만큼 기발하고, 코드도 디자인도 짱 멋지다.
이제 자야지
코드도 글도 엄청난 의식의 흐름이다. 이렇게 정리해 두고, 나중에 보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다.
좋은 모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진심으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 각자의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
그런채로 이 인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봐 온라인이어도 한 달만에 이렇게 된다.)
코드스쿼드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 스쿼드에 마스터들이 있는 것도 좋다.
그럼 우리들을 제다이라고 불러줘요.